D+235 토레스 델 파이네 #1
2009/10/22
오늘부터 4박5일 또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을 한다.
남미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고대했던 또레스 델 파이네는
칠레 최남단에 있는 빙하를 볼 수 있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민수는 더이상의 트레킹은 안하겠다고 버텼지만
동환이는 갈라파테의 모레노 빙하를 포기하며 또레스 델 파이네를 가고싶어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가 가진 최대한의 방한 준비를 해서 트레킹을 떠났다.
그렇지만 우리의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아직 추운 산바람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아름다운 자연이 있기에 우리는 도전한다. ㅋㅋ
아침 7시반에 버스가 데리러 왔다.
우리는 W 코스 트래킹을 하기로 하였다.
또레스 델 파이네 버스는 가는 길에 세군데에서 내려준다. Amarga, Pudeto, Administrativa 순으로 서는데
우리는 중간 지점인 Pudeto 에서 내려서 배를 타고 페오에 호수를 건너 왼쪽부터 시작했다.
저 뒤에 보이는 배가 우리가 타고 갈 배이다.
버스를 타고 내린 시각은 11시였는데 들어가는 배는 12시에 있다고 한다.
나는 버스 시간 맞춰서 배가 다닐꺼라고 박박 우겼는데 한시간이나 기다려야했다. 열라 욕 먹었다.
배 타는 곳 앞에서 기다리는데 어찌나 바람이 세게 불던지..
시작도 하기 전에 추워죽는 줄 알았다. 배는 하루에 2번씩 다닌다.
배를 타면 무료로 차와 쿠키를 준다.. 그걸 먹으면서 뻬오에 호수 풍경을
구경하며 한 30분 정도 가니 도착했다.
배가 엄청 울렁거려 멀미 날 뻔 했다.
트레킹 시작. 특별히 매표소도 없고 표를 받는 사람도 없었다.
언젠간 받겠지 했는데 우리 다 끝내고 나올 때까지 입장료를 안 냈다.
버스비에 포함된건가?
처음 나오는 롯지에서 한국인 3명도 만났다. 남미에선 한국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무지 반가웠다. 그레이 빙하를 보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거기서 하룻밤 잤는데 별로 안 추웠다고 그랬는데 나는 엄청 추웠다. -_-
뻬오에 호수를 뒤로하고 산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Grey 호수가 나타났다.
이 구간은 지도에 바람이 많이 부는 구간이라고 표시되어있는 구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나 바람이 세게 부는지.. 바람을 이기면서 가야해서 시작부터 춥고 힘들었다..
버스타고 배타고 오느라고 트레킹을 시작한게 1시쯤이었다. 1시간쯤 지나니까
몹시 배가 고팠다. 그래서 시냇물이 흐르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여먹었다. 산속에서 끓여먹는 오징어 짬뽕은 정말 매웠다. 호호
점심을 먹고 다시 한시간쯤 지나니 첫번째 뷰포인트가 나온다.
여기서는 저 멀리에 있는 빙하가 살짝 보인다. 뒷편에는 부서진 빙하 조각들이 떠내려와있다.
Mirador 가 관람 포인트라는 뜻인가보다. 포인트마다 친절하게 팻말이 꼽혀있다.
가는 길에 주황색 페인트로 길을 표시해두어서 그 표시만 잘 따라가면 길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갈림길이 있더라도 어디선가 다 만난다. 그래서 가이드 없이도 잘 갈 수 있었다.
저 멀리 앞에는 그레이 빙하가 보인다. 마치 물이 흘러내려오다가 얼어붙은 것 처럼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물이 거슬러 올라가다가 얼어붙은 것 처럼 보였다.
3시간 반 정도 걸어서 Refugio Grey 캠핑장이 나타났다. 우리는 오늘 여기서 캠핑을 할 예정이다.
바람을 비하는 쉼터 안에 텐트를 쳤다. 아무래도 밖에는 너무 눈보라가 몰아쳐서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머물기 위해. 여기는 따로 캠핑 장소가 정해져있지 않고
그냥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곳에 텐트를 치세요~~ 이런다..
그래도 한 사람당 3500페소 내는 곳이라 따뜻한 물 샤워도 되고 수돗가도 있고 그랬다.
호수 바로 앞에 캠핑장이 있었는데 위에서 떠내려온 빙하들이 둥둥 떠있었다.
완전 깨끗해보이는 빙하를 주워다 밥을 해먹고 싶었는데 너무 손시려서
그냥 놔줬다. ㅎ 여기 호수도 파도가 치고 있다.
캠핑장에서 두번째 뷰포인트까지는 20분 정도 걸어야했다.
텐트 안에 가방을 벗어두고 빙하를 보러 나섰다.
바로 앞에 떨어져 나온 빙하들이 떠있다.
빙하 나오게 하려고 셀카 찍었는데 우리 얼굴이 다 가려버렸네..
칠레는 이제 여름이 되어 가는 중인데
아직도 여기는 이렇게 빙하가 녹지 않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빙하를 조금 감상하고 다시 캠프 가는 길로 돌아오니 벌써 1시간이나 지났다.
여기서 빙하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다음 포인트 까지는 조금 더 가야한다.
1시간 걸린다는 표지판의 말을 믿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10시까지는 해가 안 지고 환해서
우리는 해가 지기 전에 충분히 돌아올 수 있을꺼라고 생각하고 7시쯤에
또 산을 올라갔다.
근데 여기서는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난생처음 만나는 거센 바람에 눈까지..
근데 1시간만 가면 된다는 포인트가 1시간 20분을 걸어도 안나오는거였다.
10분만 더 가보자 하고 가는데 4km 떨어진 Los Guardas 무료 캠핑장이 나와버렸다.
여기가 빙하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앞에서 이렇게 빙하를 보다니. 사실 난 여기까지 오면 빙하를 만져볼 수 있으려나 하고
기대했는데 그러기엔 아직도 빙하는 너무 멀리에 있고. 그걸 만지겠다고 올라섰다가
저 찬물에 죽겠구나 싶었다. ㅋ
겉에는 눈처럼 하얀데 중간에 부서진 데를 보면 안에는 완전 투명한 얼음이다.
처음보는 광경이 너무 멋있었다.
근데 산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해가 빨리 떨어졌다. 8시반쯤 되니까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9시되니까 거의 깜깜해졌다. 혹시나해서 가져간 후레쉬가 아니었다면 큰일날 뻔했다.
서둘러 캠핑장으로 돌아와야한다는 생각에 뛰듯이 걸어서 돌아왔다.
산에서 해먹는 밥은 참 맛있었다. 생각보다 밥도 잘 되고..
난생 처음 텐트에서 자봤는데 밤에 얼마나 춥던지 얼어죽는 줄 알았다.
너무 추워서 뒤척일 수도 없고 밤 새 수십번 깨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으 덜덜덜
구간 : Acampar Paine Grande -> Refugio Grey -> Los Guardas
거리 : 15Km
시간 : 7시간30분
날씨 : 눈+햇빛+바람
비용 : 버스비 15000페소(왕복), 배 11000페소, 캠핑장 3500페소*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