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6 토레스 델 파이네 #2
2009/10/23
아침에 일어났는데 밤 사이에 쥐인지 새인지 어느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았다.
내 신발에 똥 싸놓고 도망가고. 또 우리가 텐트와 바람막이 사이에 넣어둔
반찬통을 싸둔 봉지와 음식물이 담긴 쓰레기 봉투를 다 갉아먹었다. 쥐가 유력했다.
우엑 징그러운 것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해먹고 설거지 하고 어쩌고 하니까 출발이 늦어졌다.
10시쯤에 출발하여 이틀째 트레킹을 시작했다.
시작할 때 날씨는 좋았다. 근데 곧 날씨가 안 좋아지더니
눈보라가 몰아쳐댔고 또 초속 70미터의 강풍이 미친듯이 불어대고 있었다.
내 생에 그렇게 센 바람은 처음이었다. 제대로 걸을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어제 올라갈 때 3시간 반 걸린 길이 오늘은 4시간 반이나 걸렸다.
가방 메고 천천히 가니까 시간만 더 걸리고 가방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바람 때문인지 이 동네 나무는 성한 것이 없다. 제대로 서있는 나무보다
쓰러져 있는 나무가 더 많은거 같다.
뒤에서 불어대는 바람과 눈으로 눈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
그래도 눈이 얼굴로 들이닥치지 않고 뒤에서 와서 그나마 걸을 수 있었다.
강풍에 부러진 나무? 근데 그 모습이 멋지다.
하긴 그 정도 바람이면 나무도 못 견딜꺼 같다.
순식간에 눈밭으로 변해버린 산길과 나무들.
우리의 텐트와 매트까지 모두 메고 계신 동환씨.
오늘은 하루 종일 가방을 메고 다녀야하는 구간이라 더 힘들었다.
주변은 온통 설산으로 둘러쌓여있다.
점심은 Acampar paine Grande 캠핑장에서 해먹었는데
여기는 캠핑하는 사람들을 위한 부엌이 따로 마련되어있어서
가스도 무료로 쓸 수 있고 춥지도 않은 곳에서 밥을 해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묵지는 않았지만 라면 끓여먹었는데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ㅎㅎ
중간중간에 시냇물을 건너야하는 곳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건너기 힘든 곳은 다리를 만들어놓았다.
처음에 너무 천천히 걸어서 예상시간에서 1시간이나 오버되는 바람에 너무 무겁고 힘들고 그래서
Acampar Paine Grande(시작점)에서 부터 이탈리아노 캠핑장까지는 열라게 뛰었다.
그랬더니 2시간 반 걸린다는 구간을 2시간 10분 만에 도착했다.
원래 다 걸린다는 시간보다 많이 걸렸는데 터보 버튼 누르고 열씨미 뛰면
나도 빨리 갈 수 있다. 하하하
Skottsberg 호수. 날이 흐려서 그런지 호수 색깔이 짙다. 깊어보인다.
Acampar Paine Grande까지 가는 길에 하도 눈이 오길래 그만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근데 해가 조금 나길래 옷을 더 챙겨입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그 다음엔 눈보다 바람이 심해졌다.
아이고 힘들다.. 내복에 옷에 막 챙겨입었는데 그래도 춥다.
이 다리만 건너면 우리가 오늘 묵을 캠핑장이 나온다..이 다리가 꽤 길고 무섭다.
게다가 한번에 두사람 이상은 건너지 말라고도 써있다. 무섭게시리..
오늘은 무료 캠핑장에 텐트를 쳤다. 무료라서 그런지 수돗가도 없어서 냇가에 가서 물떠야하고
화잘실도 다리를 몇개나 건너야해서 너무 멀고 따듯한 물 같은건 아예 없고 그랬다.
산속에 아무 곳에서나 하는 캠핑이랑 별로 차이가 없었다. 그냥 평평한 땅에 번호판만 붙어있다.
어쨌든 둘째날 밤은 여기서 지내기로 했는데
밖에는 바람소리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텐트 안은 그래도 제법 따뜻했다.
구간 : Refugio Grey -> Acampar paine Grande -> Campamento Italiano
거리 : 18.6Km
시간 : 7시간
날씨 : 눈+바람
비용 : 0원(무료 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