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1
아침에 6시에 겨우 눈을 뜨고 밖을 보니
안나푸르나 싸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안나푸르나 사우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아침에 산이 잘 보였다.
귀하신 몸들이라 그런지 아침에만 살짝 보이고 조금 지나면 안개에 가려져서 또 안보인다.
우리는 저 산 뒤 쪽에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로 가야한다.
처음 2시간은 내리막길과 평지가 반복 되는 순탄한 길이었다..
그러다가 이후 3시간 동안은 죽도록 오르막길인데
죽을뻔 했다. 헥헥
계속해서 돌계단이 만들어져있다.. 지나가는 기둥에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써있다..
어찌 이 높은 산 속에 수많은 돌계단을 만들어 놓은건지..
계단식 밭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우리의 포터는 항상 저만치 가있다..
한참 걷다가 포터가 내 다리는 괜찮냐고 확인해보라고 했다.
난 아무생각 없이 다리를 걷었는데
거머리 두마리가 내 다리에서 열씨미 피를 빨고 있었고..
다른 수십마리의 거머리들이 내 다리를 열씨미 기어오르고 있었다.
으.. 나는 거머리도 처음 봤는데..
거머리한테 피 빨려보기도 처음이다 ㅠㅠ
아무느낌도 안나고 아프지도 않았는데.. 그러고나니 왠지 계속 거머리가 올라오고 있는 듯한 느낌이..
저렇게 생긴 애들이 피를 먹으면 통통하고 빨갛게 된다.
이 풀을 뜯어서 신발에 마구 문질렀다.. 그러면 거머리가 덜 올라올꺼라고
포터가 말해줬다. 근데 그다지 소용은 없는듯했다..
거머리는 제부터 줄곧 나를 따라 댕기는 깜댕이 강아지한테도 붙어있었다..
이놈은 까매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거머리를 잡아서 소금에 떨어뜨렸더니 피를 내 뿜으면서 오그라들더니 죽어버렸다.. 신기해.
오늘도 어제보다 긴 다리를 건넜다.. 어제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나서 인지
아래 강을 쳐다보면 좀 아찔하다..
이런 엉성한 다리도 건넜다.. 나무를 굴러떨어지게 아무렇게나 놓아둔거 같다.
정말 계속 되는 가파른 오르막 계단에 나는 한걸음 가다 쉬고 두걸음 가다 쉬고를
반복 했다.. 처음 시작 한 담푸스는 고도가 1600m 였는데 어제는 오히려 200m를 내려갔고
오늘은 1400m 에서 시작해서 2170m 까지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그래서 무지 힘들었다.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덥기도 무지무지 덥고..
한시간 반 정도 가다가 점심 먹으러 쉬고
다시 한시간 좀 안되게 올라왔다. 여기가 점심 먹었던 게스트하우스.
여기서 살짝 다른 길로 15분만 가면 온천이 나온다고 했다. JHINU 가 온천 있다는 곳 이름..
수영복도 없고 몸을 담글수 있는 온천인지도 모르고..
암튼 일정에 없던거라 원래 가려던 길을 가기로 했다..
요즘은 비수기라 가는데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다.
게스트 하우스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그래서 밥을 시키면 그때부터 채소 따고 해서 해주느라
1시간도 넘게 걸린다.. 포터랑 동환씨가 다 잠깐 잠을 자는 사이에 나는 혼자 셀카질..
점심에 먹은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와 야채 커리+밥..
별로 맛 없었다.. 싱겁고 난 카레는 괜찮은거 같았는데 동환씨는 싫다고 했다.
이름 모를 풀..
여기 곤충들은 뭔가 좀 다르게 생겼다.. 개미도 메뚜기도..
식물들은 원래 뭐가 뭔지 잘 모르니까 같은지 다른지 모르겠고..
거의 다 왔다..조금만 힘 내면 된다.. 얼굴 안 탈려고 수건까지 뒤집어 썼더니
더워서 땀이 줄줄줄.. 났다..
오늘도 2시 조금 넘어서 트레킹을 끝내고 숙소를 정했다.
우리가 오늘 머물 숙소 앞에.. 한국 음식 가능하다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우리는 그집에서 머물렀으면 하고 몹시 바랬지만. 이미 포터가 벌써 짐을 풀고 있었기에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는 방 값이 매우 싼 대신 밥은 그 집에서 먹어야 하는 거 같았다.
뭐 꼭 그러라고는 안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방값을 더 비싸게 내야할거 같아서
어른거리는 한국 음식을 잊고 있었다.. 근데 우리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백숙을 만들어 주겠다면서..
원하면 말하라고.. 우리가 가져온 돈이 넉넉치 않았지만. 우리는 백숙이라는 말에
정신을 잃고는 1200루피에 아침까지 먹을만큼 해준다는걸 1000루피에 깎아서(거금을 들여서)
백숙을 먹고야 말았다.. 정말 맛있었다 헤헤.
누군가 한국인 여행객 중에 한명이 이 아저씨한테도 백숙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갔나보다
여기 트레킹은 한국 사람이 정말 많이 오는거 같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태극기하며..
사람들이 일단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걸 봐선..
여기가 우리가 머문 FishTail 게스트하우스.. 여기도 200달라는거 깎아서 150루피에 묵기로 했다.
어제 있었던데보다 덜 깨끗하고 핫샤워도 안되고.. 그랬다.. 근데 대낮부터 전기는 잘들어온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안나푸르나가 더 가까이 보이겠지??
이게 우리가 먹었던 백숙.. 내일부턴 맨날 싼것만 먹어야된다.. ㅋㅋ
저녁 때 먹고 내일 아침을 위해서 조금 남겨두었다.
내일 아침에 따뜻하게 해서 다시 주신다고..
김치가 없는게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딜 가든 우리밖에 없어서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마치 별장에 온 듯 한 기분도 들고..
오늘도 숙소에서 짐 풀고 조금 지나니까 비가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거의 매일매일 비가 오나보다.. 어제 오늘 계속 운이 좋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걸어야한다. 힘내서 얼른 자야지
오늘의 트레킹
시간 : 총 5 시간 20분
거리 : 20km
경로 : 란드록-지누-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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